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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6

[학술세미나] 한국의 야생초와 약용식물

작성일
1995.02.28
수정일
2022.11.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572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은 국립공원월출산관리사무소(소장 崔奎鍊)와 사단법인 전라남도농업박물관회(회장 金福洙)의 도움을 받아 지난 1995년 2월 3일부터 3월 3일까지 한달간 [한국의 야생화와 약용식물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농업박물관 본관 로비에 전시되었던 200여 점의 사진들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드나 얼마되지 않은 옛날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산과 들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은 또 이 행사와 함께 2월 28일 오후 3시, 본관 시청각실에서 이들 야생초와 약용식물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농업소득 증대에 기여하고자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연회도 가졌었다.

  각 시·군 농촌지도소 전문인과 관심있는 일반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준근 한국산야초연구소장의 [병을 물리치는 산야초], 이정일 한국약용작물학회장의 [전남의 약용작물 재배와 방향]이란 제목으로 열강이 있었다.

  특히 장준근 소장은 슬라이드와 함께 직접 병을 치료한 체험담을 들려주어 산과 들에 널려있는 산야초들이 귀중한 약과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강연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을 물리치는 산야초] 초록

장준근(한국산야초연구소장)

  이 지구상에 자라고 있는 40만종에 가까운 식물들 중에서 영양 좋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서 또한 약으로 쓰이는 종류가 매우 많다. 다만 그 비밀을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한의학의 발전과 민간요법의 전수에 의하여 그 수많은 식물들의 효험을 어느정도 터득하게 되었다.

  이제 산야초의 효용과 가치를 배워 가노라면 비로소 길가에 지천으로 자라는 흔한 풀 한 포기가 인간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을 깨닭게 될 것이다. 산야의 풀들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들도 병이 생기면 산속의 풀들을 뜯어먹고 스스로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례가 수다히 알려지고 있다.

  전남의 한 농부는 유기농법을 고집하면서 들일을 끝낸 해걸음에 날마다 싱싱한 야생풀을 베어다가 소에게 여물로 먹이곤 했다. 그러던 중 온 마을에 소병이 돌았다. 생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버무려진 배합사료를 먹여 키운 소들은 병이 열흘가네 보름가네 야단이었지만 야생풀을 주로 먹인 그의 소만은 병들지 않고 건강했다.

  뱀의 주둥이에 담뱃진을 묻히면 뻣뻣하게 실신해 버린다. 이때 복숭아 가지 잎으로 쓸어주면 다시 꿈틀거리며 생기를 얻는다. 옛날엔 담뱃진으로 뱀을 중독시켰다가 다시 복숭아 가지 잎으로 쓸어주곤 하는 장난이 기발한 재미거리였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담뱃진이 어느정도 빠진다는 설이 있다.

  이렇듯 동물들은 약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식물의 혜택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실상 수 많은 산야초들은 동물의 식량자원이면서 약이 되는 동시에 인간에게도 매우 유익하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영양의학의 발전에 의해 인체의 기능과 식품에 관계되는 것을 의학전문가들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1989년 세계 각국 500명의 의학전문가들이 참석한 런던 국제회의에서는 채식 위주의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암을 비롯한 온갖 성인병 예방치유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역설했다. 그 이유는 채소류에 비타민, 무기질(미네랄)과 기타 갖가지 유익한 물질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초식동물이다. 온갖 풀을 뜯어 먹으며 살아야 한다. 산야의 풀들은 무엇보다도 영양 요구량을 만족시켜 주며 인체의 독성을 제거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동시에 식이(食餌- 먹을 것, 식물)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준다.

 

[全南의 藥用作物 栽培와 方向]

李正日(한국약용작물학회장)

  우리나라 농업은 기반정비나 기계화 영농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고임금 개방화 시대를 맞아 유사이래 가장 어려운 때를 맞이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공업화 일변도로 집중 투자하고 농업에는 극히 소극적이었던 농업정책 탓이 크겠으나 문민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농특세 신설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농업기반 정비, 기계화 영농시책 등 새로운 농정을 약속하고 있어 기대가 크나 이것만으로 농산물의 개방 파도를 극복하는데는 수 많은 문제점이 깔려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물밀 듯이 해외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는 현재에 과연 어떤 작물을 선택해야 소득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실한 해답을 주거나 얻은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흔히 약용작물은 수출지향 작물이며 고소득작물이라고 알려져 왔으므로 농민의 입장에서는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남지역은 쌀농사가 중심이 되어 약용작물 재배에서는 비중이 낮고 비교적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만큼 국내 약용작물 재배에 대한 타지역과의 경쟁에서는 뒤지고 있어 더욱 세심한 분석과 적극성을 띄지 않고는 정착하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뜻에서 전남지역의 약용작물개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약용작물 재배생산 현황

  국내에 분포하고 있는 약용작물은 3,172종이라 하며, 실제 농가가 재배 생산하고 있는 작물은 52종인 것으로 조사되어 있으나 10㏊ 이상 되는 작물은 30종이다.

  한방생약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생산은 53%에 그치고 있어 재배 생산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력에서 절대 취약함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신토불이" 정신으로 예부터 우리 체질에 잘 맞는 국내 생약재를 족보없는 저질의 중국산보다 우선 선택하는 슬기를 발휘하고 재배 농가는 더욱 품질을 고급화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값이 싸다하드라도 중국산 생약재보다 국내산을 선호하게되고 약용작물 재배농가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대한 생약재 시장인 일본시장 수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생약재 가격에 가장 큰 비중을 찾이하는 것이 생산노력비라는 점에서 가격을 낮추어 경쟁력을 높이려면 인력재배 형태에서 기계화 생력재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량성도 더욱 높여야 한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작목별로 재배농가를 집단화하고 기계 및 가공시설의 공동이용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2. 생약재 수출과 수입

  우리나라산 생약은 해마다 수출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1992년 수출량은 5,600t, 23,173천만$로 1985년에 비해 3∼4배 증가하였으나, 품질을 중요시 하는 일본시장을 계속 확대 수출하려면 국내산 생약재의 외관 규격을 향상하고 약효 성분을 높일 수 있도록 재배, 수확, 건조, 조제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산보다 값을 몇 배 더 높으면서도 약재의 품질에 차이가 없다면 일본시장이 우리 생약재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생약재가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하여 그동안 시호의 계약 재배를 수년간 해왔으나 필요한 규격을 맞추지 못하고 약효도 중국산이나 차이가 없어 계약재배를 해제한다고 한다. 재배농가의 새로운 각오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생약재의 수입은 해마다 증가폭이 수출 증가세의 몇배 더 급격하다. 이것은 국내 수요가 급신장하는데 생산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력이 점점 더 취약하여 중국산의 홍수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10년 전만해도 재배 생약은 10t 내외로 수입했으나 지금은 3,000t을 넘어 점점 국내재배 생약의 생산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연구지도공무원 그리고 재배농가 모두가 배전의 노력과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 대응은 바로 농가 개별이 아니라 재배농가 모두의 공동의식과 협동체제로 주산단지를 육성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3. 전남의 약용작물 개발 전략

  약용작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는 전남지역 적응 작물을 우선 선택해야 한다. 약용작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생태적인 적응성이 가장 중요하고 그런 주산지가 생산성과 약효성분의 품질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남지역에서 생태적으로 적응하는 약용작물은 산수유, 구기자, 황금, 목단, 작약, 시호, 치자, 두충, 방풍, 자초, 택사, 향부자, 결명자, 녹차 등 14종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중에서 일부의 작목은 수요가 적은 대신 다른지역에서 주산지가 이루어져 국내산지간에도 경쟁이 어려운 작목이 있음으로 이 같은 작목은 피하고, 이미 재배되고 있거나 수요가 크며 국내산지간에도 월등히 유리한 작목을 선정하여 주산단지를 이루어야 한다.

  한 작목을 재배 선택함에 있어서 한 두 재배농가의 참여로 타주산지나 중국산과 경쟁해서는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는것이 약용작물이다. 적어도 그 작목에 한해서는 생산, 수급, 품질에서 자타가 우수 주산단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품의 균일화, 공동이익 추구가 가능하도록 재배농가를 집단화하고 조직화해서 공동대응할 수 있는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정부로부터 그 작목의 주산단지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국가와 학계, 수요자로부터 주산지의 자격을 인정받고 정부나 지역단체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구비하는데 있다.

  4. 재배, 가공기술의 독창성 확보

  약용작물의 독창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구비 요건이기도 하다. 그 하나는 연구의 독창성이요, 둘째는 재배단지의 독창성이다. 약용작물의 재배, 가공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 그것도 약용작물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기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1991년에 농촌진흥청에 약용작물과를 신설했다가 금년의 조직개편에서 과가 폐지되었다.

  그대신 특화시험장으로 1993년부터 율무시험장, 구기자시험장, 숙근약초시험장, 보성차시험장, 작약시험장, 함양약초시험장 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외 약용작물에 대해서는 연구기능이 전혀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아 깊이 있는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로 되어 있다. 따라서 전남지역에도 전남지역 적응 약용작물만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특화시험장 설립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중앙에는 약용작물연구소를 설립하여 전국의 특화 약용작물시험장과 연계한 기초연구, 품질연구, 연구방향, 정보수집 등을 할 수 있는 연구기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하며, 지역의 학계와 재배작물의 가공산업체와의 긴밀한 연계를 이루도록 해야한다.

  둘째는 재배단지와 재배 농가의 공동체 조직화(생산조합 등)와 단지의 도지약제의 독창성을 기본 목표로 하여 생약 원료의 구분, 수치가공, 출하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통해 규격과 품질을 균일화 하고 판로를 단일화 하므로서 수요자와의 신뢰도를 높여 국내 타지역과의 경쟁이나 중국산과의 경쟁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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